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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 · 몸으로 배우는 신경해부학

몸으로 배우는 신경해부학 9부 — DBS는 어디를 자극하는가

뇌에 전기를 넣어 억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한쪽으로 굳어버린 운동회로에 다른 리듬을 넣어 주는 것이다.

9부. DBS는 어디를 자극하는가

— 뇌 깊은 곳에 전기를 주면 왜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파킨슨병 치료를 공부하다 보면 결국 DBS라는 이름을 만나게 된다.

Deep Brain Stimulation, 뇌심부자극술.

말 그대로 뇌 깊은 곳에 전극을 넣고 전기 자극을 주는 치료다.

처음 들으면 상당히 낯설다.

도파민이 부족한 병인데 왜 도파민을 넣는 대신 뇌에 전기를 주는가.

더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왜 하필 STN이나 GPi 같은 작은 구조를 자극하는가.

나는 DBS를 이해하려면 먼저 파킨슨병을 다시 회로의 병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DBS는 죽은 도파민 신경세포를 되살리는 치료가 아니다.

없어진 도파민을 만들어 주는 치료도 아니다.

대신 파킨슨병에서 비정상적으로 굳어지고 동기화된 신경회로의 활동 패턴을 바꾸는 치료에 가깝다.


DBS 표적 STN·GPi·VIM의 회로 위치와 효과 비교

그림. DBS 주요 표적(STN·GPi·VIM)의 기저핵 회로 내 위치와 역할.


1. 다시 기저핵 회로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앞에서 반복해서 보았던 회로가 있다.

대뇌피질

↓

선조체

↓

창백핵과 시상하핵

↓

시상

↓

다시 운동피질.

정상적인 움직임에서는 이 회로 안에서 움직일 것인지, 얼마나 움직일 것인지, 어떤 움직임을 억제할 것인지가 끊임없이 조절된다.

도파민은 이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조절자다.

파킨슨병에서는 도파민이 부족해지면서 이 균형이 무너진다.

결과적으로 기저핵의 최종 출력이 시상을 지나치게 억제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운동피질로 올라가는 운동 촉진 신호가 줄어든다.

그래서 몸이 느려지고 굳는다.

2. STN은 어디에 있는가

STN은 subthalamic nucleus, 즉 시상하핵이다.

크기가 아주 작은 구조지만 기저핵 회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특히 간접경로와 hyperdirect pathway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아주 단순화하면, 대뇌피질 → STN → GPi → 시상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움직임을 빠르게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상 상태에서는 필요 없는 움직임을 멈추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파킨슨병에서는 STN의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신경세포들이 지나치게 동기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즉 단순히 “STN이 너무 많이 발화한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뉴런이 잘못된 박자로 함께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3. 파킨슨병에서는 회로가 ‘굳는다’

정상적인 기저핵 신경활동은 상당히 유연하다.

상황에 따라 발화 패턴이 바뀐다.

하지만 파킨슨병에서는 특정 주파수의 비정상적인 동기화가 증가한다.

특히 STN과 관련된 회로에서 베타 대역(beta-band) 활동이 과도하게 동기화되는 현상이 서동과 경직 같은 운동증상과 관련된 것으로 연구되어 왔다.

이를 쉽게 말하면 이렇다.

정상 뇌에서는 각 악기가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연주한다.

파킨슨병에서는 여러 악기가 한 박자에 지나치게 묶인다.

모두가 같은 박자로 움직이니 오히려 새로운 움직임을 시작하기 어렵다.

나는 이것을 운동회로의 경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느낀다.

4. DBS는 단순히 STN을 ‘켜는’ 것이 아니다

처음 DBS를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활동이 떨어진 곳을 전기로 자극해서 활성화시키는 치료인가?”

하지만 STN DBS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파킨슨병에서는 STN이 오히려 지나치게 활성화되거나 비정상적으로 동기화되어 있다.

그런데 고주파 전기 자극을 준다.

왜 좋아질까.

DBS의 정확한 작용은 아직 하나의 기전으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전극 주변의 신경세포, 축삭, 들어오는 신호, 나가는 신호, 연결된 전체 네트워크가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병적인 발화 패턴과 비정상적인 네트워크 동기화를 교란하고 재조정한다는 것이다.

DBS를 단순히 ON/OFF 스위치로 보는 것보다 잘못된 리듬을 깨는 치료라고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

5. STN을 자극하면 왜 몸이 움직이기 쉬워질까

파킨슨병에서 STN은 GPi를 강하게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GPi는 시상을 억제한다.

따라서 STN 활동 증가 → GPi 출력 증가 → 시상 억제 증가 → 운동피질 활성 감소라는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회로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움직임의 문이 너무 닫힌다.

STN DBS는 이 비정상적인 회로 활동을 조절한다.

그 결과 시상과 운동피질로 이어지는 운동회로가 보다 정상적인 패턴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서동, 경직, 떨림, 운동변동 같은 레보도파 반응성 운동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6. 왜 STN DBS 후 약을 줄일 수 있는 경우가 많은가

STN DBS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많은 환자에서 도파민성 약물 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STN 자극 자체가 운동회로를 상당 부분 개선하기 때문이다.

특히 약효가 있을 때는 잘 움직이지만 약효가 짧아지고, 하루 중 OFF가 반복되고, 약을 올리면 이상운동증이 심해지는 환자에서는 이 특징이 중요할 수 있다.

약의 피크와 골짜기를 줄이면서 DBS가 운동회로의 기본 상태를 받쳐 주는 방식이다.

STN과 GPi 모두 파킨슨병 운동증상을 개선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STN DBS는 약물 감량 폭이 더 큰 경향이 보고되어 있다.

7. GPi는 어디에 있는가

GPi는 globus pallidus internus, 내측 창백핵이다.

기저핵 운동회로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왜냐하면 GPi가 기저핵의 주요 출력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GPi에서 나온 억제성 신호가 시상으로 간다.

즉 기저핵에서 계산된 결과가 최종적으로 시상에 전달되는 관문과 비슷하다.

정상적으로는 적절한 수준의 억제를 유지한다.

하지만 파킨슨병에서는 이 억제 출력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

8. GPi는 말하자면 ‘출구’에 가깝다

STN이 회로 중간에서 중요한 조절자라면, GPi는 최종 출구에 더 가깝다.

그래서 GPi를 자극한다는 것은 기저핵이 시상으로 보내는 비정상적인 출력 패턴을 직접 조절하는 것과 비슷하다.

GPi DBS 역시 서동, 경직, 떨림, 운동변동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GPi DBS는 이상운동증을 직접 억제하는 효과가 중요한 장점으로 알려져 있다. STN과 GPi의 전반적 운동효과는 대체로 비슷하지만, 표적 선택에는 약물 감량 필요성, 이상운동증, 인지·정신 상태 등 개인별 특성이 고려된다.

9. 이상운동증이 심하다면 왜 GPi가 의미가 있을까

앞의 6부에서 이상운동증을 살펴보았다.

도파민 자극의 반복, 선조체의 과민성, 직접경로의 변화, 글루탐산 회로 변화 등이 얽혀 불필요한 움직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

GPi는 이런 신호가 시상으로 빠져나가는 최종 관문이다.

따라서 GPi의 비정상적 출력을 조절하면 과도한 운동 신호가 운동피질로 전달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이상운동증이 중요한 치료 목표인 환자에서는 GPi가 매력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

10. 그렇다면 STN과 GPi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

여기에는 한 가지 정답이 없다.

두 표적 모두 파킨슨병의 주요 운동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오랫동안 여러 연구에서 두 표적이 비교되어 왔지만, 전체 운동효과만 놓고 보면 어느 하나가 모든 환자에게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STN

운동증상 개선과 함께 약물 용량을 상당히 줄이고 싶은 경우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GPi

운동증상을 개선하면서 이상운동증 자체를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경우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공식이 아니다.

나이, 인지기능, 정신증상, 언어, 보행, 약물반응, 이상운동증, 환자의 치료 목표 등을 모두 함께 고려해야 한다.

즉 DBS 표적 선택 역시 회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 전체를 보는 결정이다.

11. VIM은 왜 떨림을 줄이는가

7부에서 파킨슨병의 떨림은 조금 다른 회로라고 이야기했다.

그때 등장한 것이 소뇌–시상–피질 회로였다.

시상의 VIM, 즉 ventral intermediate nucleus는 이 떨림 회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VIM을 자극하면 떨림을 매우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한계가 있다.

VIM DBS는 주로 떨림에 효과가 있으며, 파킨슨병의 서동·경직·운동변동 같은 다른 핵심 운동증상을 충분히 치료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파킨슨병에서는 STN이나 GPi가 더 일반적인 표적이고, VIM은 떨림이 주된 문제인 일부 상황에서 고려된다.

12. 그래서 같은 DBS라도 위치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이것이 신경해부학이 중요한 이유다.

전기를 뇌 어디에나 넣는다고 같은 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다.

STN을 자극하면 기저핵 내부의 비정상적인 운동 네트워크를 조절한다.

GPi를 자극하면 기저핵의 주요 출력 신호를 직접 조절한다.

VIM을 자극하면 소뇌–시상–피질의 떨림 회로를 강하게 조절한다.

결국 DBS는 “전기로 뇌를 자극한다.”라는 치료가 아니라, 증상을 만드는 회로의 중요한 지점을 찾아 그 네트워크의 활동을 바꾸는 치료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13. DBS는 뇌에 구멍을 내서 없애는 수술이 아니다

과거에는 비정상적인 운동회로의 특정 부위를 파괴하는 병변술이 사용되었다.

DBS는 다르다.

조직을 영구적으로 파괴하기보다 전극을 통해 전기 자극을 주고, 자극의 세기, 주파수, 펄스 폭, 활성 접점을 조절한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프로그래밍을 통해 효과와 부작용의 균형을 계속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이 점이 DBS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DBS 수술이 끝났다고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전극 위치 + 자극 설정 + 약물이라는 새로운 조합을 맞춰 가는 과정이 시작된다.

14. 전극은 매우 작은 영역을 다룬다

STN은 크기가 매우 작다.

그 주변에는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섬유와 구조가 밀집해 있다.

따라서 전극 위치와 어느 접점을 자극하는지가 중요하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류가 퍼지면 운동효과뿐 아니라 말, 근육수축, 감각, 안구운동, 기분이나 행동 등 다른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최근 DBS는 단순히 해부학적 핵 하나를 표적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그 안을 통과하는 연결망과 신경섬유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15. DBS는 왜 OFF에 특히 의미가 있을까

레보도파가 잘 들을 때는 비교적 잘 움직이는데 약효가 떨어지면 심한 OFF가 오는 환자가 있다.

이 경우 문제는 운동기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도파민이 있을 때는 회로가 다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에서는 DBS가 그 회로를 보다 안정적으로 조절해 OFF 시간을 줄이고 운동변동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DBS 평가에서는 일반적으로 환자의 증상이 레보도파에 얼마나 반응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DBS는 대체로 레보도파에 반응하는 운동증상에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 그러나 DBS가 모든 증상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DBS는 파킨슨병 자체를 없애는 치료가 아니다.

병의 진행을 멈추는 치료로 확립된 것도 아니다.

그리고 모든 증상이 똑같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서동, 경직, 떨림, 운동변동, 이상운동증 같은 증상은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병이 진행하면서 나타나는 일부 균형장애, 말하기 문제, 삼킴 문제, 인지 변화, 자율신경 증상 등은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레보도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축성 증상은 DBS에도 제한적인 경우가 있다.

따라서 **“DBS를 하면 다시 정상인이 된다.”**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17. 그렇다면 DBS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DBS의 목표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본다.

최고의 ON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병을 없애는 것도 아니다.

하루를 흔드는 깊은 OFF, 심한 운동변동, 약물로 조절하기 어려운 떨림, 이상운동증을 줄여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넓히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약효를 기록하면서 생각해 온 것과도 연결된다.

하루 중 100점짜리 순간을 잠깐 만드는 것보다, 20점까지 떨어지는 깊은 골짜기를 줄이고 70~80점의 시간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실제 생활에서는 더 중요할 수 있다.


몸으로 이해한 DBS

나는 오랫동안 약을 먹고 몸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파킨슨병을 도파민 농도의 문제로 생각했다.

약이 올라오면 움직인다.

약이 떨어지면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신경해부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한 단계 더 보이기 시작했다.

약이 바꾸는 것도 결국 회로다.

그리고 DBS가 바꾸는 것도 회로다.

방법만 다르다.

약은 화학적인 신호를 이용하고, DBS는 전기적인 자극을 이용한다.

둘 다 최종적으로는 기저핵과 시상, 운동피질 사이의 네트워크 상태를 변화시킨다.

그래서 DBS라는 치료가 이제는 조금 덜 낯설게 느껴진다.

뇌에 전기를 넣어 억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파킨슨병 때문에 한쪽으로 지나치게 굳어 버린 운동회로에 다른 리듬을 넣어 주는 것에 가깝다.

STN은 회로의 중요한 조절점이다.

GPi는 주요 출력부다.

VIM은 떨림 회로의 중요한 관문이다.

어디를 자극할지는 결국 어떤 증상을 만드는 어떤 회로를 바꾸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것이 신경해부학을 공부한 뒤 DBS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다.


9부 한 줄 정리

DBS는 부족한 도파민을 대신하는 치료가 아니라, STN·GPi·VIM과 같은 신경회로의 핵심 지점에 전기 자극을 가해 파킨슨병에서 비정상적으로 굳고 동기화된 네트워크의 활동 패턴을 재조정하는 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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