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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 · 몸으로 배우는 신경해부학

몸으로 배우는 신경해부학 부록 3장 — 진행성핵상마비(PSP)

왜 눈과 자세가 먼저 무너지는가. 중뇌와 뇌간이 침범되면 서동과 경직 외에 전혀 다른 증상들이 앞에 나온다.

부록 3장. 진행성핵상마비(PSP)

— 왜 눈과 자세가 먼저 무너지는가

파킨슨증후군 가운데 진행성핵상마비, PSP는 파킨슨병과 닮은 점도 있지만 비교적 일찍부터 다른 모습을 보이는 질환이다.

정식 이름은 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다.

이 이름에는 이 병의 중요한 특징이 들어 있다.

Progressive, 진행성.

Supranuclear, 안구운동을 담당하는 뇌신경핵 자체보다 그 위의 조절회로가 주로 영향을 받는다는 뜻.

Palsy, 움직임 조절의 장애.

이 병을 처음 접하면 이름이 어렵지만, 핵심은 의외로 명확하다.

PSP에서는 몸의 중심축이 뻣뻣해지고, 균형을 잃기 쉽고, 눈을 특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파킨슨병과 비슷하게 느려지고 굳지만 떨림보다 자세와 안구운동 문제가 더 앞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PSP 침범 구조와 수직안구운동 회로

그림. PSP에서 침범되는 주요 구조들. 중뇌·STN·창백핵·흑질·뇌간·전두엽이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 PSP도 파킨슨증후군이다

PSP 환자도 서동, 경직, 보행장애, 자세불안정 같은 파킨슨성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초기에는 파킨슨병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형적인 파킨슨병과 다른 단서들이 나타난다.

특히 중요한 것이 초기 반복 낙상, 수직안구운동장애, 목과 몸통의 뻣뻣함, 말하기와 삼킴 장애, 인지와 행동 변화다.

2. 왜 초기에 자주 넘어질까

전형적인 파킨슨병에서는 자세불안정과 반복 낙상이 대개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더 두드러진다.

하지만 PSP에서는 비교적 초기부터 자주 넘어질 수 있다. 특히 뒤로 넘어지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환자는 발이 약해서 넘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세를 유지하고 갑작스러운 균형 변화에 대응하는 뇌간과 자세조절 회로가 함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즉 PSP에서의 낙상은 단순한 근력저하가 아니라 자세반사와 축성운동 회로의 장애로 이해해야 한다.

3. 왜 몸통과 목이 더 뻣뻣할까

파킨슨병에서는 팔이나 다리의 경직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반면 PSP에서는 목과 몸통, 즉 **축성 부위(axial region)**의 경직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

목이 뻣뻣해지고, 몸통을 돌리기 어렵고, 자세를 바꾸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 축성 경직은 보행과 균형장애를 더 심하게 만든다.

그래서 환자는 단순히 “몸이 느리다”기보다 몸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4. PSP의 가장 특징적인 단서 — 수직안구운동장애

PSP에서 가장 잘 알려진 특징은 수직 안구운동의 장애다.

특히 아래쪽을 보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는 걸을 때 끊임없이 아래를 본다. 계단, 문턱, 바닥의 장애물, 신발, 음식 접시.

아래를 보는 기능이 떨어지면 계단을 내려갈 때 불안하고, 식사할 때 불편하고, 보행 중 장애물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안구운동장애 자체가 낙상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

5. 왜 ‘핵상’ 마비라고 부를까

눈을 움직이는 근육 자체가 마비된 것은 아니다. 눈근육을 움직이는 뇌신경핵 자체가 완전히 망가진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 위쪽의 조절회로다.

즉 자발적으로 눈을 빠르게 움직이는 saccade를 만드는 상위 회로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환자가 스스로 아래를 보려고 할 때는 잘 안 되지만 특정 반사적 안구운동은 상대적으로 더 보존될 수 있다.

이 차이 때문에 supranuclear, 즉 핵상성이라는 표현을 쓴다.

6. 안구운동도 하나의 운동회로다

눈을 움직이는 것도 손발을 움직이는 것만큼 복잡한 신경회로의 결과다.

전두안구영역, 상구(superior colliculus), 뇌간의 안구운동 중추, 기저핵, 소뇌 등이 함께 작동한다.

PSP에서는 특히 뇌간과 중뇌의 구조들이 영향을 받으면서 이 회로가 무너진다.

따라서 PSP를 보면 “파킨슨증후군은 팔과 다리의 병”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눈 움직임도 결국 뇌의 운동 네트워크다.

7. 병리의 핵심은 α-synuclein이 아니라 tau다

여기서 MSA와 아주 중요한 차이가 나타난다.

MSA에서는 α-synuclein이 병리의 핵심이었다.

PSP에서는 tau protein이 중심이다. 그래서 PSP는 tauopathy에 속한다.

Tau는 정상적으로는 신경세포 안의 미세소관을 안정화하는 데 중요한 단백질이다.

하지만 tau가 비정상적으로 인산화되고 응집되면 세포 안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축적물로 쌓이게 된다.

8. PSP의 tau는 어떤 형태인가

PSP는 대표적인 4-repeat tauopathy다.

즉 tau 단백질의 특정 반복구조를 가진 isoform이 주로 축적된다.

병리적으로는 뉴런뿐 아니라 성상교세포(astrocyte),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에도 tau 병리가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병리소견 가운데 하나가 tufted astrocyte다.

성상교세포 안에 tau가 특정한 모양으로 축적된 형태다.

이것은 PSP 병리의 특징적인 소견으로 알려져 있다.

9. 어디가 주로 망가지는가

PSP에서는 여러 부위가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중뇌, 시상하핵(STN), 창백핵, 흑질, 뇌간의 여러 핵 등이 포함된다.

특히 중뇌와 뇌간 침범이 안구운동, 자세조절, 보행, 연하 문제와 연결된다.

그리고 기저핵 회로 침범은 서동과 경직 같은 파킨슨성 운동증상을 만든다.

즉 PSP는 기저핵과 뇌간을 동시에 보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10. STN이 침범되는데 왜 파킨슨증상이 생길까

PSP에서는 시상하핵(STN)도 병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TN은 우리가 DBS 장에서 봤던 바로 그 구조다.

기저핵의 억제성 네트워크와 운동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부위와 주변 회로의 변성이 생기면 운동회로의 균형이 더욱 흔들리고 서동과 경직, 축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파킨슨병처럼 단순히 도파민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레보도파 반응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11. 왜 레보도파 반응이 약한가

파킨슨병에서는 흑질 도파민 신경세포가 줄어들더라도 선조체와 그 이후 회로가 일정 기간 비교적 유지된다.

그래서 레보도파로 도파민 자극을 보충하면 반응이 좋을 수 있다.

PSP에서는 흑질뿐 아니라 STN, 창백핵, 뇌간, 전두엽과 연결된 여러 회로가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즉 도파민 하나를 보충해도 문제의 전체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레보도파에 일부 반응이 있더라도 대체로 파킨슨병만큼 뚜렷하거나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12. 떨림은 왜 덜 두드러질까

전형적인 파킨슨병에서는 안정시 떨림이 중요한 증상일 수 있다.

하지만 PSP에서는 떨림이 주된 증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신 축성 경직, 보행장애, 자세불안정, 안구운동장애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이 차이는 어떤 회로가 더 많이 침범되느냐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다.

PSP는 단순한 nigrostriatal dopamine deficit보다 뇌간과 자세조절 회로의 광범위한 변성이 더 중요하다.

13. 말과 삼킴도 일찍 영향을 받을 수 있다

PSP에서는 말이 느려지고 불분명해질 수 있다.

목소리가 변하거나, 말의 리듬이 어색해질 수 있다.

연하장애도 비교적 일찍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구강과 인두의 근육 자체가 약해서만이 아니다. 말하고 삼키는 복잡한 순서를 조절하는 뇌간과 피질-뇌간 회로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연하장애가 심해지면 흡인 위험도 증가한다.

그래서 PSP에서는 운동증상뿐 아니라 삼킴과 영양, 흡인 예방도 매우 중요한 관리 목표가 된다.

14. 인지와 행동 변화도 중요하다

PSP에서는 전두엽 기능과 관련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감동(apathy), 행동의 느림, 집행기능 저하, 주의 전환의 어려움, 사회적 판단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병이 심해서 의욕이 없다”는 문제가 아니다.

전두엽과 기저핵을 연결하는 회로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PSP는 운동질환이면서 동시에 전두엽-기저핵 네트워크 질환이기도 하다.

15. 영상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MRI에서 PSP를 시사하는 소견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중뇌 위축이 있다.

시상면 영상에서 중뇌가 위축되어 특정한 모양을 보이는 것을 hummingbird sign 또는 penguin sig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축상면에서는 중뇌 모양이 변하면서 morning glory sign이라고 표현되는 소견이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영상소견 역시 초기에는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영상만으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양상과 함께 해석해야 한다.

16. PSP도 하나의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PSP를 거의 하나의 전형적인 형태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는 여러 임상 표현형이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전형형이 PSP-Richardson syndrome이다.

초기 낙상, 수직안구운동장애, 축성 경직, 인지행동 변화가 두드러진다.

반면 어떤 환자는 초기에는 파킨슨병과 훨씬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이를 PSP-parkinsonis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비대칭성이나 레보도파 반응이 어느 정도 보일 수 있어 초기에 파킨슨병과 혼동하기 더 쉽다.

17. 왜 DBS는 일반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닌가

PSP는 STN과 GPi를 포함한 기저핵 구조뿐 아니라 뇌간, 안구운동 회로, 자세조절 회로, 전두엽 연결망 등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파킨슨병처럼 하나의 핵심 운동회로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한 레보도파 반응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형적인 PSP는 일반적으로 DBS의 좋은 적응증으로 보지 않는다.

이 점 역시 DBS가 파킨슨증상 자체가 아니라 특정 회로의 가역적 기능장애를 조절하는 치료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병리로 다시 보는 PSP

MSA에서는 α-synuclein이 희소돌기아교세포에 쌓였다.

PSP에서는 tau가 뉴런과 교세포에 축적된다.

즉 겉으로는 둘 다 느리고, 굳고, 걷기 어려운 파킨슨증후군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병리 단백질부터 다르다.

MSA는 synucleinopathy, PSP는 tauopathy다.

그리고 이 병리 차이는 어떤 세포가 망가지고, 어떤 회로가 먼저 무너지며, 어떤 증상이 앞에 나타나는지를 결정한다.


PSP를 알면 파킨슨병이 더 잘 보인다

PSP와 비교하면 파킨슨병의 특징이 더 선명해진다.

파킨슨병은 흔히 비대칭적으로 시작하고 레보도파에 비교적 잘 반응한다.

초기부터 심한 낙상이나 수직안구운동장애가 나타나는 것은 전형적이지 않다.

반면 PSP에서는 초기 낙상, 축성 경직, 수직안구운동장애, 빠른 보행·연하 문제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즉 같은 “파킨슨 증상”이라도 어떤 증상이 먼저 나오고,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가가 병을 구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부록 3장 한 줄 정리

진행성핵상마비(PSP)는 tau가 뉴런과 교세포에 축적되는 4-repeat tauopathy로, 중뇌·기저핵·뇌간과 전두엽 연결회로가 함께 침범되기 때문에 파킨슨성 서동과 경직에 더해 초기 낙상, 축성 경직, 수직안구운동장애가 특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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