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쓰는 약리학 외전 2 — 도파민 효율성,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
문제는 하루에 도파민을 얼마나 많이 넣느냐가 아니었다. 같은 양으로 얼마나 오래 생활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느냐였다.
몸으로 쓰는 약리학 외전 2 — 도파민 효율성: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
요즘 약효일지에 쌓인 기록을 보다 보면 자꾸 한 가지 말이 떠오른다.
도파민 효율성.
의학 용어는 아니다. 내 기록을 설명하려고 내가 붙인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붙이고 나서야 지난 몇 년의 처방 변화가 하나의 이야기로 읽히기 시작했다.
약을 늘리는 것이 대응의 전부였던 시절
파킨슨병이 중기로 접어들 무렵부터 나는 약효 소진을 뚜렷하게 경험하기 시작했다.
약효가 떨어지는 순간마다 찾아오는 불편함과 기분 나쁜 감각은 생각보다 컸다. 몸이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 느낌, 다음 약이 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하루를 자꾸 끊어놓았다.
그때 내가 할 수 있었던 대응은 단순했다. 진료실에 갈 때마다 약을 더 늘리는 것이었다.
한동안은 스타레보 150mg을 하루 네 번 복용하고, 그 사이사이에 마도파 50mg을 추가해서 먹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총량을 늘려도 OFF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약은 더 많아졌는데 하루가 꼭 더 편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날은 높은 최고점과 깊은 골이 반복됐다. 약효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는 시간도 있었고, 반대로 너무 올라가 이상운동증이 생기는 시간도 있었다.
4부 20장에서 “양을 늘려도 골은 잘 메워지지 않는다”고 썼는데, 그 문장은 이 시절의 기록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모양이었다
그 뒤로 나는 도파민과 파킨슨병 약리학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몸의 반응을 기록했다.
복용 시각. 첫 신호. ON이 되는 시간.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언제 떨어지는지. 어느 지점에서 이상운동증이 생기는지.
그 기록을 계속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문제는 하루에 도파민을 얼마나 많이 넣느냐가 아니었다. 같은 양의 도파민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생활 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
같은 하루 총량이라도, 한 번에 많은 양을 넣어 크게 올렸다가 떨어지는 방식과, 느린 제제로 바닥을 받치면서 필요한 만큼만 보완하는 방식은 몸에서 전혀 다른 곡선을 만든다.
빨간 곡선은 예전의 나다. 최고점마다 이상운동증 문턱을 넘고, 골마다 OFF로 떨어진다. 하루 총량은 많은데 생활 가능한 구간에 머무는 시간은 짧다.
파란 곡선이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방식이다. 서방형 제제로 바닥을 받치고, 필요할 때 빠른 제제가 조금만 올라오게 한다. 최고점은 낮지만 구간 안에 머무는 시간은 훨씬 길다. 총량은 오히려 줄었다.
실제 하루는 이렇게 생겼다
개념도만으로는 믿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실제 기록 하나를 놓는다. 2026년 9월 2일, 내 하루다.
이날 서방형 100mg 세 번이 하루의 바닥을 받쳤고, 아침 즉방형 75mg과 저녁 확산정 50mg이 그 위에 올라탔다.
아침 즉방형 뒤로 출력 90의 고원이 다섯 시간 이어졌다. 엔진의 예측은 완만히 내려가는데 실측은 평평했다. 내 몸의 고원이 모델의 산술합보다 튼튼했다.
오후에 이상운동증이 2시간 20분 있었다. 아침 층이 생각보다 오래 남은 위에 낮 서방형이 겹친 자리다. 이 하루에서 유일하게 ‘넘친’ 구간이고, 다음에 손볼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준다.
저녁에 골이 왔다. 출력 40. 그런데 절벽이 아니라 비탈이었다. 서방형 꼬리가 천천히 빠지고 배경약이 아래를 받치고 있어서, 스타레보 시절의 뚝 떨어지는 OFF와는 종류가 달랐다. 그리고 확산정 50mg 뒤 45분 만에 40에서 90으로 올라섰다.
스타레보 150mg 네 번을 먹던 시절보다 하루 레보도파 총량은 적다. 그런데 생활 가능한 구간에 머문 시간은 더 길고, OFF조차 부드러워졌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도파민 효율성이다.
정의해 본다면
내게 도파민 효율성은 이런 뜻이다.
투입한 레보도파의 양에 비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안정적인 기능을 얻는가.
효율성이 높다는 것은 약효가 가장 높은 순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출력 100을 몇 번 찍는 것도 아니다. 너무 높은 최고점은 피하고, 너무 깊은 OFF는 줄이면서, 생활할 수 있는 구간에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에 가깝다.
여기에는 약의 양만 들어가지 않는다. 서방형과 즉방형의 조합. 복용 간격. 식사. 위장 상태. 전날 남아 있는 약효. OFF의 깊이. 이상운동증이 시작되는 문턱. 이 모든 것이 함께 들어간다. 4부 23장에서 “용량보다 간격”이라고 쓴 것도 결국 같은 이야기다.
물론 이것은 표준화된 지표가 아니다. 내가 내 몸의 기록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다만 방향은 의학과 다르지 않다. 파킨슨병 치료에서 오르내림이 큰 자극보다 안정된 자극이 이상운동증과 변동을 줄인다는 것은 오래 논의된 원칙이고, 서방형·지속 주입·펌프 같은 치료가 그 원칙 위에 있다. 나는 그 원칙을 내 하루의 곡선 위에서 다시 발견한 셈이다.
질문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OFF가 오면 이렇게 생각했다.
“약이 부족하다. 더 먹어야 한다.”
지금은 질문이 달라졌다.
지금 도파민이 정말 부족한가. 아니면 흡수가 늦어진 것인가. 앞의 약이 아직 올라오는 중인가. 최고점은 이미 충분한데 골이 너무 낮은 것인가. 같은 총량으로 곡선을 더 평평하게 만들 수는 없는가.
이 질문의 변화가 내가 다시 공부한 약리학의 가장 큰 변화일지도 모른다.
파킨슨병 약물치료의 목표는 가능한 많은 도파민을 넣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내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도파민을, 필요한 시간에, 가능한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것.
나는 그것을 도파민 효율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약효일지에 쌓이는 하루하루의 곡선은 그 효율성을 찾아가는 기록이 되고 있다.
이 글은 환자 한 사람의 자기 기록과 해석이며 의학적 조언이나 처방이 아니다. 여기 나오는 약의 용량·시각·조합은 글쓴이 개인의 것이고, 자신의 약을 바꾸는 일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며칠만 이렇게 기록해 보면
- 하루 총량과 구조 레보도파 총량뿐 아니라 서방형·즉방형이 각각 언제 들어갔는지를 함께 적습니다.
- 구간 체류시간 생활 가능한 구간에 머문 시간, 이상운동증 구간, OFF 구간을 각각 시각으로 남깁니다.
- OFF의 질 절벽처럼 떨어졌는지, 비탈처럼 내려갔는지를 구분합니다.
치료진과 상의할 때 보여줄 수 있는 항목
기록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약의 종류·용량·복용 시간, 식사나 생활 습관을 바꾸는 문제는 담당 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