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배우는 신경해부학 부록 4장 — 피질기저핵증후군(CBS)
왜 한쪽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가. 피질과 기저핵이 함께 망가지면 움직임의 설계도 자체가 무너진다.
부록 4장. 피질기저핵증후군(CBS)
— 왜 한쪽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가
파킨슨증후군 가운데 피질기저핵증후군, CBS는 매우 독특한 질환군이다.
이 병은 이름부터 두 영역을 동시에 말하고 있다.
Cortical, 대뇌피질.
Basal, 기저핵.
즉 대뇌피질과 기저핵의 기능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그래서 CBS에서는 단순한 서동과 경직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한쪽 팔이나 다리가 심하게 굳고 느려질 수 있고,
동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실제로 수행하지 못하는 **실행증(apraxia)**이 생길 수 있다.
또 감각은 느끼는데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손이 마치 남의 손처럼 느껴지는 alien limb phenomenon이 나타날 수도 있다.
파킨슨병과 비슷한 점이 있으면서도
아주 다른 병이라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그림. CBS에서는 피질성 증상과 기저핵 증상이 한쪽 팔다리에 함께 나타날 수 있다. Alien limb는 운동 의도·계획·감각 피드백·자기인식의 통합이 깨질 때 나타날 수 있다.
1. CBS는 왜 ‘증후군’이라고 부를까
여기서 먼저 중요한 점이 있다.
CBS는 임상 증후군의 이름이다.
즉 특정한 증상 조합을 보고 붙이는 이름이다.
반면 병리학적으로는 여러 질환이 CBS라는 임상 모습을 만들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병리가 corticobasal degeneration, CBD다.
그래서 예전에는 CBS와 CBD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구분해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CBS는 임상적 표현이고,
CBD는 병리학적 진단이다.
즉
CBS라는 모습을 보인다고 반드시 CBD 병리인 것은 아니다.
2. 왜 한쪽이 유난히 심할까
CBS의 매우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비대칭성이다.
한쪽 팔이나 다리에서 증상이 심하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한쪽 손이 굳고,
한쪽 팔을 잘 쓰지 못하고,
한쪽 다리가 불편해진다.
파킨슨병도 비대칭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에는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CBS에서는 단순한 서동과 경직을 넘어
한쪽에서 피질성 기능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오른팔이 느려졌을 뿐 아니라
그 팔로 익숙한 동작 자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
3. 실행증은 근력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CBS에서 매우 중요한 증상 중 하나가 apraxia, 실행증이다.
실행증은 근력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마비 때문도 아니다.
감각이 완전히 없어서도 아니다.
환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 동작을 조직하고 실행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빗질하는 흉내를 내보세요.”
라고 하면,
힘은 충분한데 손의 모양과 방향을 제대로 만들지 못할 수 있다.
즉 문제는
운동 자체가 아니라 운동계획을 실제 행동으로 바꾸는 과정에 있다.
4. 실행증은 왜 생길까
익숙한 동작을 하려면 여러 뇌 영역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두정엽은 물체와 공간에 대한 정보를 통합한다.
전운동피질은 동작의 순서를 준비한다.
운동피질은 실제 근육 명령을 만든다.
기저핵은 어떤 운동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시작할지 조절한다.
CBS에서는 이런 피질-기저핵 네트워크가 함께 손상될 수 있다.
그래서 힘은 있는데
동작의 설계도와 실행이 연결되지 않는 것
이다.
5. 피질감각장애란 무엇인가
CBS에서는 감각 문제도 독특할 수 있다.
손에 물건을 쥐여 주면 촉감은 느낀다.
그런데 눈을 감은 채 무엇인지 맞히지 못할 수 있다.
이를 astereognosis, 입체인식장애라고 한다.
또 피부에 숫자나 글자를 그려도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graphesthesia 장애라고 한다.
이것은 말초신경이 감각을 전달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감각 정보가 대뇌피질까지 올라왔지만
그 정보를 의미 있는 형태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피질성 감각장애’라고 부른다.
6. alien limb는 왜 생길까
CBS에서 가장 인상적인 증상 중 하나가 alien limb phenomenon이다.
환자는 한쪽 손이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움직이거나,
통제되지 않거나,
마치 자기 손이 아닌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한 손이 물건을 잡고 놓지 않거나,
다른 손이 하려는 행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매우 이상한 현상이지만
신경해부학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는
의도,
운동계획,
감각 피드백,
자기 몸이라는 인식
이 하나로 통합된다.
하지만 전두엽, 두정엽, 보조운동영역, 뇌량 같은 연결망이 손상되면
이 통합이 깨질 수 있다.
그 결과
움직임은 발생하지만 그것이 ‘내가 만든 움직임’이라는 느낌이 사라질 수 있다.
7. CBS의 경직은 파킨슨병과 조금 다를 수 있다
CBS에서도 경직과 서동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한쪽 팔다리에 매우 심한 경직이 나타나거나,
관절 구축처럼 보일 정도로 자세가 고정될 수 있다.
디스토니아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한쪽 팔이 굽은 자세로 굳거나
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꼬일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한 파킨슨병의 톱니바퀴 경직과는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
8. 근간대경련도 나타날 수 있다
CBS에서는 myoclonus, 근간대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
짧고 갑작스럽게 팔이나 손이 튀듯 움직인다.
이것은 떨림과 다르다.
떨림은 비교적 규칙적인 진동이지만,
근간대경련은 훨씬 짧고 순간적이다.
CBS에서는 피질의 운동회로가 비정상적으로 흥분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서동,
경직,
디스토니아,
근간대경련,
실행증
같은 서로 다른 증상이 한쪽 팔다리에 함께 나타날 수 있다.
9. 언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CBS에서는 언어기능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일부 환자에서는 말의 산출이 느려지고,
문장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지거나,
발음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비유창성 실어증이나 말실행증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혀나 입술 근육이 굳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언어를 계획하고 표현하는 좌측 전두-두정엽 네트워크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 병리의 핵심은 무엇인가
CBD는 PSP와 마찬가지로 tauopathy다.
특히 4-repeat tauopathy에 속한다.
즉 tau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PSP와 CBD는 같은 tauopathy라고 해서 같은 병은 아니다.
tau가 축적되는 세포와 부위,
분포 양상이 다르다.
CBD에서는 뉴런과 교세포 모두에서 tau 병리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피질과 백질,
기저핵 등 여러 영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1. CBD의 특징적인 병리소견
CBD 병리에서 중요한 소견 가운데 하나가
astrocytic plaque다.
이는 성상교세포에 tau가 특징적인 형태로 축적된 것이다.
PSP에서는 tufted astrocyte가 대표적이었다.
CBD에서는 astrocytic plaque가 더 특징적인 소견이다.
또 뉴런에서는 부풀어 오른 ballooned neuron이 관찰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같은 4-repeat tauopathy 안에서도
각 질환의 병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12. 왜 피질과 기저핵 증상이 같이 나타날까
CBD 병리에서는
대뇌피질,
피질하 백질,
기저핵
이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두 종류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피질이 손상되면
실행증,
피질감각장애,
언어장애,
alien limb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기저핵이 손상되면
서동,
경직,
디스토니아
같은 파킨슨성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이름 그대로
corticobasal, 즉 피질과 기저핵이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이다.
13. 왜 레보도파에 잘 반응하지 않는가
파킨슨병에서는 흑질 도파민 뉴런의 소실이 중심이고
그 아래 회로가 상당 기간 남아 있기 때문에 레보도파가 비교적 잘 작용할 수 있다.
CBS에서는 문제가 훨씬 넓다.
대뇌피질,
기저핵,
피질하 백질
등 여러 부위가 함께 변성될 수 있다.
그러면 단순히 도파민을 보충해도
실행증,
피질감각장애,
alien limb,
심한 비대칭 경직
같은 증상을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레보도파 반응은 대체로 제한적이다.
14. 같은 CBS라도 병리는 다를 수 있다
여기서 다시 중요한 점이 있다.
CBS라는 임상 양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CBD 병리인 것은 아니다.
다른 병리도 CBS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PSP 병리,
알츠하이머병 병리,
다른 tauopathy
등이 CBS처럼 나타날 수 있다.
즉 겉으로 보이는 임상 모습과 실제 조직병리가 항상 1대1로 맞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신경퇴행성 질환 진단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15. 영상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MRI에서는 비대칭적인 피질 위축이 보일 수 있다.
특히
전두엽,
두정엽,
중심구 주변
의 비대칭 위축이 관찰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특이적인 소견은 아니다.
임상증상과 함께 해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영상 한 장보다
한쪽에서 어떤 기능이 먼저 무너졌는가
를 보는 것이다.
16. 왜 DBS가 해결책이 되기 어려운가
CBS에서도 서동과 경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STN이나 GPi를 자극하면 좋아질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CBS의 핵심 문제는 기저핵 하나에 있지 않다.
피질,
백질,
기저핵,
감각통합 회로
가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기저핵의 한 지점을 자극한다고
실행증이나 피질감각장애, alien limb 같은 핵심 증상이 해결되기 어렵다.
따라서 전형적인 CBS는 일반적으로 DBS의 좋은 적응증으로 보지 않는다.
병리로 다시 보는 CBS와 PSP
PSP와 CBD는 둘 다 4-repeat tauopathy다.
그런데 임상 모습은 매우 다르다.
PSP에서는
중뇌,
뇌간,
자세조절,
수직안구운동
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CBD에서는
대뇌피질,
두정엽,
기저핵,
운동계획과 감각통합
이 더 두드러지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같은 tau 단백질이 쌓여도
어디에,
어떤 세포에,
어떤 분포로 쌓이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증후군이 만들어질 수 있다.
CBS를 알면 파킨슨병이 더 잘 보인다
CBS와 비교하면 파킨슨병의 특징이 다시 선명해진다.
파킨슨병도 비대칭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파킨슨병에서는
실행증,
피질감각장애,
alien limb
같은 피질성 증상이 초기에 두드러지는 것은 전형적이지 않다.
파킨슨병에서는 운동이 느려진다.
CBS에서는 운동이 느린 것에 더해
그 동작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파킨슨병에서는
“움직임을 꺼내는 회로”가 주로 문제라면,
CBS에서는
“움직임을 설계하고, 실행하고, 그것이 내 움직임이라고 인식하는 회로”
까지 함께 문제가 될 수 있다.
부록 4장 한 줄 정리
피질기저핵증후군(CBS)은 비대칭적인 파킨슨증에 실행증, 피질감각장애, alien limb, 근간대경련 같은 피질성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임상 증후군이며, 대표적 병리인 corticobasal degeneration은 4-repeat tau가 피질과 기저핵의 뉴런 및 교세포에 축적되는 tauopathy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