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배우는 신경해부학 부록 6장 — 파킨슨병과 파킨슨증후군, 무엇을 보면 구별되는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어떤 증상이 먼저 나왔는가가 병을 구별한다.
부록 6장. 파킨슨병과 파킨슨증후군
— 무엇을 보면 구별되는가
지금까지 파킨슨병과 함께
다계통위축증(MSA),
진행성핵상마비(PSP),
피질기저핵증후군(CBS),
루이소체치매(DLB)
를 살펴보았다.
겉으로 보면 모두 비슷하다.
느려지고,
굳고,
걷기 어려워지고,
어떤 경우에는 떨림도 나타난다.
그래서 초기에는 서로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각 질환은
병리 단백질이 다르고,
주로 침범하는 회로가 다르며,
증상이 나타나는 순서도 다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파킨슨 증상이 있는가”
가 아니라
어떤 증상이 먼저 나타났고, 어떤 회로가 먼저 무너졌는가
를 보는 것이다.
그림. 파킨슨병·MSA·PSP·CBS·DLB의 핵심 특징 비교. 감별의 핵심은 어떤 증상이 언제 먼저 나타났는가와 레보도파 반응이다.
1. 가장 먼저 볼 것 — 레보도파 반응
파킨슨병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레보도파에 대한 비교적 좋은 반응이다.
서동,
경직,
일부 떨림
이 뚜렷하게 좋아질 수 있다.
그리고 병이 진행하면
wearing-off,
ON-OFF fluctuation,
dyskinesia
같은 약효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MSA, PSP, CBS에서는 레보도파 반응이 대체로 제한적이다.
일부 환자에서는 초기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파킨슨병처럼 분명하고 지속적인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DLB에서는 파킨슨증이 레보도파에 어느 정도 반응할 수 있지만
인지와 환시 같은 비운동 증상 때문에 약물 조절이 더 복잡할 수 있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레보도파가 얼마나 분명하게, 얼마나 오래 듣는가?”
2. 두 번째로 볼 것 — 병의 시작 방식
파킨슨병은 흔히 비대칭적으로 시작한다.
한쪽 손이 먼저 느려지고,
한쪽 팔의 흔들림이 줄고,
한쪽 다리가 먼저 불편해질 수 있다.
CBS도 매우 비대칭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CBS에서는 단순한 비대칭 파킨슨증을 넘어
실행증,
피질감각장애,
alien limb
같은 피질성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중요하다.
PSP는 비교적 축성 증상과 균형장애가 일찍 두드러질 수 있다.
MSA는 파킨슨증과 함께 자율신경 문제 또는 소뇌증상이 일찍 나타날 수 있다.
DLB는 운동증상뿐 아니라 인지 변동과 환시가 매우 이른 시기에 함께 나타날 수 있다.
3. 세 번째로 볼 것 — 초기 낙상
파킨슨병에서도 병이 진행하면 균형장애와 낙상이 생긴다.
하지만 아주 초기부터 반복적으로 넘어지는 경우에는 비정형 파킨슨증후군을 생각해야 한다.
특히 PSP에서는 초기 낙상이 중요한 특징이다.
뒤로 넘어지는 경향,
축성 경직,
자세반사의 조기 장애
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즉
파킨슨 증상 + 초기 반복 낙상
이라는 조합은 PSP를 강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단서다.
4. 네 번째 — 눈을 본다
안구운동은 파킨슨증후군 감별에서 매우 중요하다.
PSP에서는 수직안구운동장애, 특히 아래쪽을 보는 기능의 장애가 특징적이다.
눈을 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는 saccade가 느려지거나 제한될 수 있다.
파킨슨병에서도 안구운동 이상이 생길 수 있지만
초기부터 뚜렷한 수직안구운동 마비가 나타나는 것은 전형적이지 않다.
따라서
“눈을 위아래로 잘 움직이는가?”
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질문이다.
5. 다섯 번째 — 자율신경계
기립성 저혈압,
배뇨장애,
성기능 장애,
발한 이상
같은 자율신경 증상은 파킨슨병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MSA에서는 이런 증상이 더 일찍,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심한 초기 기립성 저혈압,
빠른 진행의 배뇨장애,
잔뇨 또는 요폐
등이 파킨슨증과 함께 나타난다면 MSA를 생각하게 된다.
자율신경 문제의 존재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일찍, 얼마나 심하게 나타나는가
다.
6. 여섯 번째 — 소뇌 증상
파킨슨병의 주된 문제는 기저핵 운동회로다.
반면 MSA-C에서는 소뇌계 침범이 두드러진다.
보행이 넓어지고,
몸이 흔들리고,
손을 목표에 정확히 가져가지 못하고,
말이 어눌해질 수 있다.
즉
파킨슨증에
뚜렷한 소뇌실조
가 함께 나타난다면 MSA-C를 생각하게 된다.
파킨슨병에서 뚜렷한 소뇌증상이 초기부터 나타나는 것은 전형적이지 않다.
7. 일곱 번째 — 피질 증상
CBS를 감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피질성 증상이다.
예를 들어
실행증,
피질감각장애,
alien limb,
근간대경련,
비유창성 언어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파킨슨병에서는 손이 느려질 수 있다.
하지만 CBS에서는
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운동계획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이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
8. 여덟 번째 — 인지와 환시의 시기
DLB에서는
인지 변동,
반복적인 구체적 환시,
REM 수면행동장애
가 비교적 일찍 나타날 수 있다.
파킨슨병에서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인지장애나 환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시간관계다.
인지장애가 파킨슨증보다 먼저 또는 거의 동시에 나타나거나
운동증상 시작 후 1년 이내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DLB를 고려한다.
반면 파킨슨병이 여러 해 지속된 뒤 치매가 생기면
PDD, 파킨슨병 치매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9. 병리 단백질을 비교하면 더 잘 보인다
병리적으로 보면 차이는 더 선명해진다.
파킨슨병
핵심 단백질은 α-synuclein이다.
주로 뉴런 안에 축적되어 Lewy body와 Lewy neurite를 형성한다.
MSA
역시 α-synuclein이 핵심이다.
하지만 주로 희소돌기아교세포 안에 축적되어
glial cytoplasmic inclusion을 만든다.
PSP
핵심 병리는 4-repeat tau다.
대표적인 병리소견으로 tufted astrocyte가 있다.
CBD
역시 4-repeat tauopathy다.
하지만 astrocytic plaque와 ballooned neuron 같은 병리소견이 더 특징적이다.
DLB
다시 α-synuclein 병리다.
뉴런의 Lewy body 병리가 변연계와 대뇌피질까지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다.
즉 같은 파킨슨증후군처럼 보여도
병리 단백질과 침범 세포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10. 표로 한눈에 정리하면
| 질환 | 주된 병리 | 초기 특징 | 레보도파 반응 | 특징적 단서 |
|---|---|---|---|---|
| 파킨슨병 | α-synuclein, 뉴런 | 비대칭 서동·경직·떨림 | 대체로 좋음 | 운동변동, 이상운동증 |
| MSA | α-synuclein, 희소돌기아교세포 | 파킨슨증 + 자율신경 또는 소뇌증상 | 제한적 | 초기 심한 자율신경장애, 소뇌실조 |
| PSP | 4R tau | 축성 경직, 초기 낙상 | 제한적 | 수직안구운동장애 |
| CBS | 흔히 4R tau | 심한 비대칭 파킨슨증 | 제한적 | 실행증, cortical sensory loss, alien limb |
| DLB | α-synuclein, 뉴런 | 인지 변동 + 파킨슨증 | 일부 반응 | 환시, REM 수면행동장애, 조기 인지장애 |
이 표는 진단을 확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질환의 전형적인 방향을 이해하기 위한 지도에 가깝다.
실제 환자는 여러 특징이 겹칠 수 있다.
11. DBS도 감별의 의미를 보여준다
파킨슨병에서는
약에 반응하는 운동증상이 있고,
STN 또는 GPi 회로가 상당 부분 기능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적절한 환자에서는 DBS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MSA, PSP, CBS처럼
여러 회로와 구조가 광범위하게 퇴행하는 질환에서는
하나의 핵을 자극한다고 전체 증상이 좋아지기 어렵다.
그래서 비정형 파킨슨증후군에서는 일반적으로 DBS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것은 다시 한번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DBS는
파킨슨처럼 보이는 증상
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회로가 가역적으로 비정상화된 상태
를 조절하는 치료라는 점이다.
12.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이 부록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시간
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증상이 있는지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언제 시작되었는지,
무엇이 먼저 나타났는지,
얼마나 빨리 진행했는지,
약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낙상은 어느 질환에서나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 생기면 PSP를 더 생각한다.
자율신경 증상도 여러 질환에서 생긴다.
하지만 초기에 매우 심하면 MSA를 더 생각한다.
인지장애도 여러 질환에서 생긴다.
하지만 운동증상과 거의 동시에 나타나면 DLB를 더 생각한다.
시간 순서가 병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환자를 볼 때 나는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파킨슨증을 보이는 환자를 본다면 나는 이제 단순히
“떨림이 있습니까?”
만 묻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언제부터 느려졌는가.
한쪽에서 시작했는가.
레보도파를 먹으면 얼마나 좋아지는가.
초기에 자주 넘어졌는가.
아래를 보는 것이 불편한가.
기립성 어지럼이나 배뇨장애가 일찍 심했는가.
몸이 느린 것 외에 소뇌증상이 있는가.
한쪽 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실행증이 있는가.
환시와 인지 변화는 언제 시작되었는가.
REM 수면행동장애는 있었는가.
이 질문들의 답을 시간 순서대로 놓으면
질환의 방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파킨슨증후군을 공부하고 다시 파킨슨병을 보면
나는 이 부록을 시작하면서
파킨슨증후군을 알면 파킨슨병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
MSA를 보면
파킨슨병에서도 자율신경 증상이 있지만
왜 그것이 질환의 중심은 아닌 경우가 많은지 보인다.
PSP를 보면
파킨슨병의 자세불안정이 왜 보통 더 늦게 나타나는지 보인다.
CBS를 보면
파킨슨병의 서동이 피질성 실행증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 보인다.
DLB를 보면
파킨슨병도 결국 운동회로에만 머무르는 병이 아니라는 사실이 보인다.
다른 질환들을 비교하면서
오히려 파킨슨병의 모습이 더 선명해졌다.
결국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회로다
파킨슨병,
MSA,
PSP,
CBS,
DLB.
이름은 다르다.
하지만 환자의 몸에서는
“느리다.”
“걷기 어렵다.”
“몸이 굳는다.”
처럼 비슷하게 시작할 수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어떤 단백질이 쌓였는가,
어떤 세포가 먼저 손상되었는가,
어떤 회로가 먼저 무너졌는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떤 시간 순서로 진행되었는가이다.
결국 신경해부학으로 돌아오게 된다.
병명은 다르지만 증상은 회로에서 나온다.
부록 6장 한 줄 정리
파킨슨병과 비정형 파킨슨증후군을 구별하는 핵심은 하나의 증상이 아니라, 레보도파 반응과 병의 진행 속도, 초기 낙상·자율신경·안구운동·소뇌·피질·인지 증상이 어떤 순서로 나타나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