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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 · 몸으로 쓰는 약리학

몸으로 쓰는 약리학 3부 — 너무 적어도 문제고, 너무 많아도 문제다

약이 부족하면 몸이 움직이지 않고, 너무 많으면 원하지 않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내가 생활할 수 있는 치료구간 안에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였습니다.

3부. 너무 적어도 문제고, 너무 많아도 문제다

파킨슨병 약을 오래 먹다 보면 이상한 모순을 만난다.

약이 부족하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약을 많이 먹으면 몸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어느 지점을 넘으면 내가 원하는 움직임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상운동증이다.

처음에는 이것을 단순하게 생각했다.

OFF는 도파민이 부족한 상태이고, 이상운동증은 도파민이 너무 많은 상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 몸을 계속 관찰하면서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용량을 먹어도 어떤 날에는 이상운동증이 생기고 어떤 날에는 생기지 않았다.

더 이상한 것은 이상운동증이 있다고 해서 항상 몸의 기능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몸은 흔들리는데 걷기는 불편할 수 있었다.

반대로 이상운동증을 없애기 위해 약을 줄였더니 몸은 조용해졌지만 OFF가 깊어졌다.

결국 문제는 약이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었다.

내 몸이 사용할 수 있는 도파민의 범위 안에 있느냐가 문제였다.

10장. OFF는 단순히 약이 없는 상태인가

OFF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OFF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흔히 이렇게 설명한다.

“약효가 떨어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OFF는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걸음이 느려진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몸이 무거워진다. 손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일어나기가 어려워진다. 때로는 발가락이 말리고 근육이 당긴다.

그런데 운동증상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불안해질 수 있다. 생각이 느려질 수도 있다. 기운이 갑자기 빠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OFF를 단순히 **‘약이 없는 시간’**이라고 정의하기 어렵다.

약효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부터 몸은 이미 변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OFF에도 깊이가 있다

나는 OFF를 하나의 상태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출력으로 생각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출력 70에서 60으로 떨어진 상태와 20에서 10으로 떨어진 상태는 모두 하강이지만 몸에서 느끼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특히 어느 지점 아래로 내려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조금 전까지는 걸을 수 있었는데 갑자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움직이려고 할수록 몸이 굳는다.

그리고 한번 깊이 떨어지고 나면 다음 약을 먹어도 쉽게 올라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이런 상태를 경험하면서 Hard OFF라는 표현을 이해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OFF가 발생했느냐만이 아니다.

얼마나 깊이 떨어졌는가. 그리고 얼마나 오래 그 상태에 머물렀는가.

11장. 이상운동증은 왜 생기는가

처음 이상운동증이 나타났을 때 나는 그것을 단순히 레보도파가 많아서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결 방법도 단순해 보였다.

약을 줄이면 된다.

실제로 레보도파 노출과 이상운동증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상운동증은 단순한 ‘과량 표시등’이 아니다.

병이 진행하면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감소하고, 뇌가 들어오는 도파민 자극을 부드럽게 완충하는 능력이 줄어든다.

그 상태에서 짧은 반감기를 가진 레보도파가 반복적으로 들어오면 도파민 자극은 계속 올라갔다 내려간다.

뇌는 점점 맥동성(pulsatile) 자극에 노출된다.

그 결과 기저핵 운동회로의 반응도 변한다.

따라서 이상운동증은 단순히 그 순간의 혈중농도 하나로 설명되는 현상이라기보다, 질병의 진행과 반복된 도파민 자극에 의해 변화한 신경회로가 함께 만들어내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Peak-dose dyskinesia

가장 이해하기 쉬운 형태는 약효가 가장 높은 시기에 나타나는 이상운동증이다.

약을 먹는다.

출력이 올라간다.

좋은 ON에 들어간다.

그런데 조금 더 올라간다.

몸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때의 이상운동증을 peak-dose dyskinesia라고 한다.

곡선으로 표현하면 이해하기 쉽다.

OFF → 상승 → 좋은 ON → 이상운동증 → 하강 → 좋은 ON → OFF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이상운동증이 나타난다는 것은 약이 작용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이 가장 기능이 좋은 시간이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많이 움직이는 몸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몸이다.

Diphasic dyskinesia

더 복잡한 형태도 있다.

약효가 최고일 때가 아니라 올라가는 과정과 내려오는 과정에서 이상운동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을 diphasic dyskinesia라고 한다.

곡선으로 보면,

OFF → 이상운동증 → ON → 이상운동증 → OFF

처럼 보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단순히 “이상운동증이 있으니 약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면 해석이 꼬일 수 있다.

이상운동증이 언제 발생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Peak에서 생겼는지, 상승하면서 생겼는지, 하강하면서 생겼는지를 기록해야 한다.

같은 ‘이상운동증’이라는 단어라도 약효곡선에서 위치가 다르면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12장. Dystonia — 이것은 ON인가 OFF인가

더 혼란스러운 증상이 dystonia다.

발가락이 말린다. 발바닥이 당긴다. 발목이 돌아간다. 근육이 강하게 수축한다.

이런 증상은 낮은 도파민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아침 첫 약을 먹기 전이나 약효가 떨어질 때 나타나는 OFF dystonia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든 dystonia를 단순히 OFF라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약효 변화 과정이나 ON 상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dystonia가 나타났다는 사실만 기록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 출력은 얼마였는가. 약을 먹은 뒤 몇 분이었는가. 상승 중이었는가, 유지 중이었는가, 하강 중이었는가.

증상 하나를 곡선 위에 올려놓는 순간 의미가 달라진다.

13장. 치료구간이라는 좁은 길

여기서 약리학의 중요한 개념 하나가 등장한다.

Therapeutic window, 치료구간.

약효가 너무 낮으면 OFF가 나타난다.

조금 올라가면 움직임이 좋아진다.

적절한 범위에서는 좋은 ON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더 올라가면 이상운동증이 나타날 수 있다.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도파민 부족 → OFF → 좋은 ON → 이상운동증 → 과도한 도파민 자극

내가 하루 종일 머물고 싶은 곳은 가운데다.

문제는 병이 진행하면서 이 가운데 영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약간 많이 먹거나 조금 늦게 먹어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조금 부족하면 OFF.

조금 많으면 이상운동증.

환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느껴진다.

“약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14장. 병이 진행하면 왜 약 맞추기가 어려워지는가

파킨슨병 초기에는 남아 있는 도파민 신경계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레보도파의 변화를 어느 정도 완충해줄 수 있다.

혈중 레보도파 농도가 조금 흔들려도 뇌의 도파민 효과가 그대로 출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약을 하루 몇 번 복용해도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도파민 신경세포가 더 감소하면 이 완충 능력도 떨어진다.

그러면 혈중 레보도파의 상승과 하강이 임상 증상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다.

약이 올라가면 ON.

조금 더 올라가면 이상운동증.

떨어지면 OFF.

하루의 곡선이 점점 가파르게 느껴진다.

나는 이것을 도파민 저장고가 작아지는 것처럼 이해하면 직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생물학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환자가 자신의 변동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유용한 비유다.

15장. 그렇다면 약을 줄이면 되는가

이상운동증이 생기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이것이다.

“도파민선을 아래로 내려보자.”

실제로 peak가 너무 높다면 레보도파 노출을 조절하여 이상운동증을 줄이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곡선 전체를 아래로 내리면 peak만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trough도 함께 내려갈 수 있다.

이것이 문제다.

이상운동증은 줄었지만 OFF가 깊어질 수 있다.

특히 저녁에 한번 깊은 OFF로 떨어지고 나면 다시 끌어올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서 치료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16장. 이상운동증을 조금 허용할 것인가

결국 환자마다 선택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상운동증이 가장 힘든 증상일 수 있다.

그 사람에게는 약간의 OFF를 감수하더라도 이상운동증을 줄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에게는 OFF가 훨씬 두려울 수 있다.

걷지 못하고, 몸이 굳고,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시간이 가장 힘들다면 약간의 이상운동증을 감수하고서라도 OFF를 줄이는 쪽을 선호할 수 있다.

그래서 ‘완벽한 약 조합’이라는 것은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어떤 상태에서 가장 생활하기 좋은가?”

약리학적 최적점과 환자가 원하는 최적점은 반드시 같은 말이 아니다.

17장. Peak를 낮추는 것보다 trough를 올리는 것

나는 점점 다른 질문을 하게 되었다.

최고점을 얼마나 높일 것인가?

보다

최저점을 얼마나 떨어지지 않게 할 것인가?

하루 동안 100을 몇 번 찍는 것보다 2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치료의 목표를 최고 출력이 아니라 변동폭을 줄이는 것으로 바꾸면 약을 바라보는 방법도 달라진다.

용량만 볼 것이 아니라 간격을 보게 된다.

빠른 제제와 느린 제제의 역할을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앞의 약이 얼마나 남아 있을 때 다음 약이 올라오는지를 보게 된다.

결국 한 번의 복용이 아니라 24시간의 곡선을 생각하게 된다.

3부를 마치며

파킨슨병 약물치료를 처음 생각했을 때 목표는 단순했다.

도파민이 부족하니 보충한다.

하지만 실제 몸에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너무 적으면 움직일 수 없다.

너무 많으면 원하지 않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내가 생활할 수 있는 좁은 영역이 있다.

나는 그 영역을 찾아 매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치료 목표를 이렇게 생각한다.

가장 높은 도파민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오래 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OFF를 완전히 없애는 것도, 이상운동증을 무조건 0으로 만드는 것도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목표는 아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운동증과 내가 피하고 싶은 OFF 사이에서 나에게 가장 넓은 좋은 ON 구간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약 이름과 용량만 적어서는 부족하다.

언제 올라왔는지.

어디까지 올라갔는지.

이상운동증은 곡선의 어느 지점에서 나타났는지.

언제 하강하기 시작했는지.

얼마나 깊은 OFF까지 떨어졌는지.

그것을 기록해야 한다.

그렇게 기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곡선을 보게 된다.

그리고 곡선을 보기 시작하면 질문도 달라진다.

“약을 얼마나 더 먹을까?”

가 아니라,

“이 곡선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평평하게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그 질문이 파킨슨병 약물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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