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일지 English
로그인
시작하기
배우기 · 몸으로 쓰는 약리학

몸으로 쓰는 약리학 — 마지막 장. 나는 내 몸에서 약리학을 다시 배웠다

약에는 약의 곡선이 있고 몸에는 몸의 곡선이 있습니다. 두 곡선 사이에서 하루를 살아온 경험을 마지막 장에 정리했습니다.

몸으로 쓰는 약리학 — 마지막 장. 나는 내 몸에서 약리학을 다시 배웠다

의과대학에서 약리학을 배울 때 약은 비교적 질서정연했다.

흡수된다. 분포한다. 대사된다. 배설된다. 수용체에 결합한다. 효과가 나타난다.

정확한 설명이다.

하지만 파킨슨병 환자로 오랫동안 살아보니 그 설명 사이에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사람의 몸이다.

같은 약은 같은 결과를 만들지 않았다

처방전에 적힌 100mg은 언제나 100mg이다. 하지만 몸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는 같지 않았다.

어떤 날은 충분했다. 어떤 날은 늦었다. 어떤 날은 부족했다. 어떤 날은 너무 높았다.

나는 이 차이를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약은 입력이고, 몸의 움직임은 출력이다.

같은 입력이 항상 같은 출력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혈중농도는 약의 곡선이고, 출력은 몸의 곡선이다

이 문장이 내가 다시 배운 약리학을 가장 잘 설명한다.

약에는 약의 곡선이 있다. 몸에는 몸의 곡선이 있다. 두 곡선은 연결되어 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흡수. 위 배출. 식사. 수면. 병의 진행. 뇌의 도파민 저장능력. 운동상태. 이 모든 것이 두 곡선 사이에 들어간다.

1부에서 나는 PK와 PD 사이에 환자가 있다고 썼다. 그 사이에서 하루를 산 것이 이 기록이다.

내 몸은 완벽한 실험실이 아니다

내 데이터에는 한계가 많다.

무작위 대조시험이 아니다. 혈중농도를 측정하지 않았다. 조건도 완전히 통제하지 못했다. 내가 느낀 출력점수는 주관적이다. 샘플 수도 적다.

그래서 이 기록으로 약의 우열이나 치료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에게 반복해서 일어난 현상을 정리하면 그 사람의 치료과정을 이해하는 데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개인 데이터는 임상시험을 대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임상시험도 한 개인의 하루를 전부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자료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배운 문장

오랫동안 몸을 기록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은 의외로 단순한 문장이었다.

관찰됨. 원인은 아직 모름.

이 문장을 쓸 수 있게 되면서 기록이 조금 더 정직해졌다.

이상운동증이 나타났다. 관찰이다. 온젠티스 때문이었다. 이것은 가설이다.

식후 피크가 늦었다. 관찰이다. 단백질 때문이었다. 이것은 아직 가설이다.

이 둘을 구분하는 순간 경험은 조금 더 과학적인 기록이 된다.

약효일지를 만든 이유

약효일지를 만들게 된 이유도 결국 거기에 있다.

정답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환자가 자신의 몸을 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싶었다.

ON인지 OFF인지 억지로 선택하게 하기보다, 지금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지. 약을 먹은 뒤 무엇이 변했는지. 그 변화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하루 동안 어떤 곡선을 만들었는지를 남길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기록이 쌓이면 모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질문은 훨씬 좋아진다. 나는 그것이면 충분히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약리학은 결국 사람과 약이 만나는 학문이었다

약리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약을 보는 시선이었다.

약은 단순한 알약이 아니었다. 몸속으로 들어와 시간을 만들고, 최고점을 만들고, 떨어지고, 다음 약과 겹치고, 때로는 예상대로 움직이고, 때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는 한 사람의 하루 속에서 일어난다. 걷고 싶은 시간. 일해야 하는 시간. 식사하는 시간. 잠드는 시간. 가족과 이야기하는 시간.

그래서 약리학은 결국 약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을 공부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맺음말

이 기록이 다른 환자에게 같은 약을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같은 약이라도 사람마다, 그리고 같은 사람에서도 날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남의 처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변화를 정확히 관찰하고, 그 기록을 의료진과 함께 해석하는 것이다.

내 몸의 기록이 모든 사람의 답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 시작한 첫 번째 지도였다.

나는 의사로서 약리학을 배웠다. 그리고 환자가 된 뒤 다시 배웠다.

이번에는 책이 아니라,

내 몸으로 배웠다.

기록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