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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 · 파킨슨 약리학

몸으로 쓰는 약리학 1부 — 약은 몸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

약리학 책에는 혈중농도와 반감기가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하루에는 약을 먹은 시각, 첫 신호, ON, 최고점, 하강과 OFF가 남습니다.

약리학을 처음 배울 때 나는 약을 꽤 단순하게 생각했다.

약을 먹으면 흡수되고, 혈중농도가 올라가고, 수용체에 작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대사되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생체이용률, 최고혈중농도, 반감기 같은 용어를 외우면 되었다.

의사가 된 뒤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방할 때는 하루 몇 번 먹는지, 식전인지 식후인지, 다른 약과 상호작용은 없는지를 생각했다. 약리학은 중요했지만 어디까지나 책 속의 지식이었다.

그런데 파킨슨병을 앓으면서 약리학은 전혀 다른 학문이 되었다.

약 한 알을 먹고 기다린다. 20분이 지나도 아무 변화가 없다. 40분쯤 지나면서 몸이 조금 풀리는 것 같다. 한 시간이 지나자 걷기가 편해진다.

“약이 올라오는구나.”

그런데 어떤 날은 같은 약을 먹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어떤 날은 두 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갑자기 몸이 풀린다. 또 어떤 날은 몸이 좋아지는가 싶더니 이상운동증이 나타난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몸이 무거워진다.

이제 내게 약리학은 혈중농도 그래프만을 뜻하지 않는다.

약을 먹고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시간에 따라 관찰하는 학문이다.

1장. 약을 먹는 순간부터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흔히 “약을 먹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약리학적으로 보면 약을 삼킨 것은 약효 과정의 시작일 뿐이다.

경구약이 실제로 효과를 내려면 여러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복용 → 붕해 → 용해 → 위 배출 → 장 흡수 → 혈액 → 조직 분포 → 표적기관 → 약효

파킨슨병에서 레보도파를 생각하면 한 단계가 더 중요하다.

장 흡수 → 혈중 레보도파 증가 → 혈액뇌장벽 통과 → 뇌에서 도파민으로 전환 → 운동회로 변화 → 몸의 움직임 변화

따라서 약을 삼킨 시간과 약이 듣기 시작하는 시간은 같을 수 없다.

아침에 약을 먹었다고 해서 바로 몸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약을 먹은 뒤에도 몸은 한동안 OFF 상태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작은 변화가 나타난다.

손이 조금 편해진다.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쉬워진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진다. 걸음이 자연스러워진다.

나는 이런 변화를 첫 신호라고 생각한다.

약을 먹은 시각과 첫 신호가 나타나는 시각 사이에는 시간이 존재한다. 그 시간 동안 약은 몸속을 이동하고 있다.

위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레보도파는 위에서 충분히 흡수되는 약이 아니다. 위를 지나 소장으로 이동해야 본격적인 흡수가 가능하다. 따라서 위에 오래 머물면 약효 시작도 늦어질 수 있다.

파킨슨병에서는 운동 증상뿐 아니라 자율신경계와 위장관 운동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시각에 같은 약을 먹어도 위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항상 같지는 않다.

오늘은 40분 만에 올라왔는데 내일은 80분이 걸릴 수 있다.

환자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약이 늦게 듣는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약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아직 올라오지 않은 것인가?”

둘은 몸에서는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약리학적으로는 다른 문제다.

약효가 늦다고 생각해 추가로 복용했는데 앞의 약이 뒤늦게 흡수되기 시작하면 두 용량의 효과가 겹칠 수 있다. 그러면 OFF에서 갑자기 ON으로 올라가거나, 치료 범위를 넘어 이상운동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먹은 용량’만큼이나 언제 첫 변화가 시작되었는지를 남기는 일이 중요해진다.

2장. 혈중농도와 약효는 같은 것이 아니다

약리학 책에서 가장 익숙한 그림 중 하나가 혈중농도 곡선이다.

약을 복용하면 농도가 올라간다. 최고점에 도달하고 다시 떨어진다.

여기에 몇 가지 중요한 용어가 붙는다.

Tmax는 최고혈중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고, Cmax는 그때의 최고혈중농도다. 반감기는 혈중 약물농도가 절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깔끔한 그림이다.

하지만 실제 몸은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

처음에는 몸의 움직임도 혈중농도 그래프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약이 올라가면 몸도 좋아지고, 약이 떨어지면 몸도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큰 방향에서는 맞다. 그러나 실제로 기록해 보면 둘은 완전히 같은 곡선이 아니다.

혈중 레보도파가 조금 증가했다고 바로 ON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효과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몸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난다.

나는 이것을 문턱값, threshold의 개념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몸의 상태를 0에서 100까지의 출력으로 표현한다고 해 보자.

아침 출력이 20이다. 약을 먹는다. 약효는 조금씩 증가한다. 그러나 출력이 즉시 80으로 뛰지는 않는다. 20에서 30, 40, 50으로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걷기와 움직임이 확실히 편해진다.

그 지점을 나는 ON으로 느낀다.

반대로 약효가 떨어질 때도 비슷하다. 혈중농도는 서서히 내려가고 있어도 몸은 한동안 잘 움직일 수 있다. 그러다가 어떤 선을 통과하면 갑자기 출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두 곡선을 구분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혈중농도는 약의 곡선이고, 출력은 몸의 곡선이다.

약효일지에서 내가 기록하고 싶은 것은 바로 두 번째 곡선이다.

3장. 약효 곡선을 몸으로 느낀다는 것

파킨슨병을 오래 앓으면서 하루가 하나의 곡선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뜬다. 몸이 무겁다. 약을 먹는다. 기다린다. 첫 신호가 나타난다. 몸이 조금씩 좋아진다. 어느 순간 걷기가 편해진다. ON이다.

조금 더 올라가면 몸이 지나치게 움직이기 시작할 수도 있다. 이상운동증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안정된다. 그러다가 몸이 조금씩 무거워진다. 하강이 시작되고 결국 다시 OFF가 찾아온다.

하루를 아주 단순하게 적으면 이렇다.

OFF → 상승 → ON → 최고점 → 하강 → OFF

처음에는 ON과 OFF만 생각했다. 그런데 기록을 계속할수록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승기

약을 먹었지만 아직 완전한 ON은 아니다. 몸에서 작은 변화가 나타난다. 이 시점을 기록하면 그날 약이 평소보다 빨리 올라오는지, 늦게 올라오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ON

몸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구간이다. 하지만 ON도 하나가 아니다. 겨우 움직일 수 있는 ON이 있고, 훨씬 편안하게 움직이는 ON이 있다.

그래서 단순한 ON/OFF보다 출력의 정도를 함께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고점

약효가 가장 높은 부분이다. 좋은 ON이 될 수도 있지만 너무 높아지면 이상운동증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최고점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하강기

나는 이 구간을 중요하게 본다.

아직 완전한 OFF는 아니지만 몸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힘이 빠지고, 보폭이 줄고, 동작이 조금씩 느려지거나 발이 바닥에 붙기 시작한다.

이때 다음 복용의 효과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곡선은 깊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다음 약효가 늦게 시작되면 두 복용 사이에 깊은 골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하루의 약효를 볼 때는 단순히 최고점을 얼마나 높이 만들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다음 약효가 올라올 때까지 현재의 약효가 얼마나 남아 있는가도 함께 보아야 한다.

약동학과 약력학 사이에 환자가 있다

약리학에서는 두 가지를 구분한다.

**약동학(pharmacokinetics, PK)**은 몸이 약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다룬다. 흡수되고, 분포하고, 대사되고, 배설되는 과정이다.

반면 **약력학(pharmacodynamics, PD)**은 약이 몸에 무엇을 하는지를 다룬다. 수용체에 작용하고 신경회로를 변화시키고 결국 증상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파킨슨병 환자가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이 두 과정이 합쳐진 결과다.

약을 먹었는데 늦게 듣는다면 흡수와 위 배출 같은 약동학적 요소가 관여할 수 있다. 약이 올라왔지만 몸의 변화가 충분하지 않다면 그날의 질병 상태, 뇌의 반응성, 생활 조건 등 다른 요소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마지막에는 하나의 결과가 남는다.

지금 내 몸이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가.

나는 그것을 ‘출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부를 마치며

약리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약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예전에는 약의 용량을 보았다.

이제는 곡선을 본다.

얼마를 먹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 언제 먹었는지
  • 언제 첫 신호가 왔는지
  • 얼마나 빨리 올라갔는지
  • 어디까지 올라갔는지
  • 얼마나 오래 유지되었는지
  • 언제부터 떨어졌는지

를 함께 본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본다.

다음 약이 올라올 때 현재의 약효가 어디까지 남아 있는가.

하루의 약효는 한 알 한 알의 효과를 따로 떼어놓은 것이 아니다. 앞의 약이 만든 곡선 위에 다음 약의 곡선이 겹치고, 식사와 수면, 활동량, 위장관 상태 같은 요소들이 그 곡선을 흔든다.

그 결과가 환자가 실제로 경험하는 하루다.

그래서 이제 나에게 약리학은 이렇게 정의된다.

약리학은 약을 공부하는 학문이면서, 약과 몸이 시간 속에서 만나 만들어내는 변화를 공부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파킨슨병을 앓는 동안 나는 그 변화를 매일 몸으로 배우고 있다.

이 글은 파킨슨병의 약효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용 글입니다. 개인의 약 종류·용량·복용 시간 변경은 담당 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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