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쓰는 약리학 2부 — 레보도파를 몸으로 배우다
처방전에는 같은 100mg이라고 적혀 있어도 몸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는 같지 않습니다. 레보도파의 흡수, 문턱값, 시작점과 시간축을 따라가면 그 차이가 조금씩 보입니다.
2부. 레보도파를 몸으로 배우다
레보도파는 오래된 약이다.
그런데 파킨슨병을 오래 앓을수록 이 오래된 약이 점점 더 복잡하게 느껴진다.
교과서에서는 설명이 간단하다.
도파민은 혈액뇌장벽을 충분히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전구물질인 레보도파를 투여한다.
레보도파는 뇌에 들어가 도파민으로 전환되고 부족해진 도파민 기능을 보완한다.
하지만 환자가 실제로 궁금한 것은 그다음이다.
그래서 언제 몸이 움직이는가.
약을 먹는다.
기다린다.
올라온다.
잘 움직인다.
때로는 충분히 올라오지 않는다.
때로는 너무 늦게 올라온다.
그리고 다시 떨어진다.
나는 레보도파를 약의 이름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곡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4장. 레보도파는 왜 아직도 중요한가
파킨슨병에서는 흑질 도파민 신경세포의 감소로 선조체의 도파민 기능이 떨어진다.
도파민 자체를 먹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도파민은 혈액뇌장벽을 효과적으로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구물질인 레보도파를 사용한다.
레보도파는 혈액뇌장벽을 통과한 뒤 뇌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레보도파가 뇌에 도착하기 전에 말초에서 도파민으로 바뀌어버리면 뇌로 들어갈 양이 줄어든다.
그래서 실제 제제에서는 보통 carbidopa 또는 benserazide 같은 말초 dopa-decarboxylase 억제제와 함께 사용한다.
이 조합 덕분에 더 많은 레보도파가 뇌에 도달할 수 있고 말초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하루를 결정하는 것은 이 원리만이 아니다.
얼마나 흡수되었는가, 얼마나 빨리 올라왔는가, 그때 내 몸이 어느 상태였는가가 함께 작용한다.
5장. 약을 먹었다고 바로 도파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레보도파 한 알을 삼킨 순간부터 좋은 ON이 될 때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복용 → 위 통과 → 소장 도달 → 흡수 → 혈중 레보도파 상승 → 혈액뇌장벽 통과 → 뇌에서 도파민으로 전환 → 기저핵 회로 변화 → 움직임 변화
이 가운데 어느 한 단계가 늦어져도 환자가 느끼는 ON은 늦어진다.
그래서 약을 먹은 시각만 기록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나는 세 시각을 따로 보기 시작했다.
복용 시각.
첫 신호가 온 시각.
실제로 충분한 ON에 도달한 시각.
같은 100mg을 먹었어도 이 세 시각의 간격이 달라지면 몸이 경험한 약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6장. 빠르게 올릴 것인가, 오래 유지할 것인가
레보도파 제제를 사용하다 보면 서로 다른 두 목표를 만난다.
하나는
“빨리 올라왔으면 좋겠다.”
다른 하나는
“오래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침의 깊은 OFF에서는 오래 가는 것보다 첫 효과가 언제 나타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반대로 이미 어느 정도 움직이고 있는 시간에는 빠르게 높은 peak를 만드는 것보다 다음 복용까지 trough를 얼마나 유지하는지가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속방형과 서방형은 단순히 ‘강한 약’과 ‘약한 약’의 차이로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더 좋은 질문은 이것이다.
이 제제가 내 곡선의 어느 부분을 바꾸려는 것인가.
상승을 빠르게 만드는가.
peak를 바꾸는가.
지속시간을 늘리는가.
trough를 받치는가.
약의 역할은 용량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7장. Delayed ON — 약을 먹었는데 왜 올라오지 않는가
가장 답답한 순간 중 하나는 약을 먹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다.
30분.
40분.
한 시간이 지나간다.
몸은 여전히 무겁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용량이 부족한가?”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레보도파는 소장에 도달해야 본격적으로 흡수된다.
따라서 위 배출이 늦으면 약효 시작도 늦어질 수 있다.
식사의 영향도 받을 수 있다.
특히 큰 중성 아미노산은 장과 혈액뇌장벽의 수송 단계에서 레보도파와 경쟁할 수 있다.
파킨슨병 자체의 위장관 운동 변화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약, 같은 용량이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ON이 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Delayed ON을 볼 때 중요한 점이다.
약이 없는 것과, 약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은 다르다.
8장. 기다릴 것인가, 더 먹을 것인가
Delayed ON이 어려운 이유는 환자 입장에서 두 상황이 똑같이 OFF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약이 정말 부족한 경우도 OFF다.
앞의 약이 아직 흡수되지 않은 경우도 OFF다.
그런데 대응은 같지 않을 수 있다.
앞의 약이 단순히 늦게 흡수되고 있는데 추가 용량이 겹치면, 두 곡선이 뒤늦게 함께 올라오면서 예상보다 높은 peak가 만들어질 수 있다.
OFF → 긴 지연 → 급상승 → 높은 Peak → 이상운동증
같은 모양이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약효가 늦을 때 단순히 “몇 mg 더 먹을까”보다 먼저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지금 부족한 것인가, 아직 올라오는 중인가.”
이 글은 자가 증량을 권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왜 지연된 약효를 기록하고 패턴을 확인해야 하는지 설명하기 위한 질문이다.
9장. Incomplete ON — 올라왔는데 충분하지 않다
더 애매한 상태가 있다.
약이 전혀 안 듣는 것은 아니다.
분명 몸이 조금 좋아졌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좋은 ON까지는 올라오지 않는다.
출력으로 생각해보자.
20에서 시작했다.
30이 된다.
40이 된다.
50까지 올라온다.
몸은 조금 편해졌지만 충분하지 않다.
이런 상태를 나는 Incomplete ON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 현상은 ON/OFF 두 단어만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약이 들었습니까?”라고 물으면 대답은 애매해진다.
들기는 들었다. 그러나 충분히 듣지는 않았다.
이것이 내가 출력이라는 연속적인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10장. ON failure — 끝내 문턱을 넘지 못하는 날
Incomplete ON보다 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약을 먹는다.
기다린다.
조금 변화가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충분한 ON에 도달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 다음 복용 시간이 가까워진다.
이런 상황을 ON failure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서도 단순히 ‘약이 약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흡수 문제일 수 있다.
식사와 관련될 수 있다.
그날의 위장관 상태가 다를 수 있다.
앞선 약효곡선의 시작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한 번의 ON failure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되는 패턴이다.
아침에 반복되는가.
특정 식사 뒤에 반복되는가.
특정 제제에서 반복되는가.
첫 신호는 왔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는가.
여러 번의 기록을 겹쳐야 비로소 우연과 패턴을 조금씩 구별할 수 있다.
11장. Wearing-off — 약이 짧아진 것만의 문제일까
병의 초기에는 한 번의 레보도파 복용 뒤 비교적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지내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음 약을 먹을 시간이 오기 전에 몸이 먼저 떨어지기 시작한다.
Wearing-off.
환자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는 네 시간 갔는데 이제 세 시간도 못 갑니다.”
그렇다고 약의 반감기 자체가 갑자기 크게 달라졌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병이 진행하면서 도파민 신경계의 저장과 완충 능력이 줄고, 혈중 레보도파의 변화가 운동 상태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의 농도 변화가 있어도 몸이 버텼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변화가 더 선명한 ON과 OFF로 나타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완충 능력이 줄어든 곡선으로 이해하면 직관적이라고 생각한다.
혈중농도의 작은 파동이 몸의 출력에서는 더 큰 파동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12장. 같은 100mg이 같은 효과를 만들지 않는다
레보도파를 오래 복용하면서 가장 분명하게 느낀 것은 이것이다.
같은 100mg이 항상 같은 100mg은 아니다.
처방전의 숫자는 같아도 시작점이 다르다.
앞의 약효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다르다.
위 배출이 다르다.
식사가 다르다.
수면과 운동과 장 상태가 다르다.
그리고 뇌가 그날 같은 농도를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나는 약의 양만 기록해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복용량은 입력에 가깝고, 출력은 결과에 가깝다.
그 둘 사이에 시간이 있다.
그 시간 속에서 흡수와 분포, 혈액뇌장벽, 도파민 전환, 기저핵 회로, 음식과 장운동이 함께 작용한다.
2부를 마치며
처음에는 레보도파 치료를 몇 mg을 먹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을 오래 관찰하면서 질문이 바뀌었다.
얼마나 빨리 올라오는가.
어디까지 올라오는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가.
언제부터 떨어지는가.
다음 약이 올라올 때 앞의 약효가 어디까지 남아 있는가.
결국 레보도파 치료는 한 알의 용량만 보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루 전체의 곡선을 읽는 문제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곡선을 보기 시작하면서 “오늘 약이 안 들었다”는 한 문장도 여러 질문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늦게 들은 것인가.
충분히 올라오지 못한 것인가.
아예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인가.
너무 빨리 떨어진 것인가.
이 차이를 구별하는 순간부터 레보도파는 단순한 한 알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약으로 보이기 시작한다.